자율주행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자율주행을 위한 스마트 인프라의 역할

자율주행 산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차량 내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막대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왔다. 센서. 컴퓨팅 플랫폼. AI 인지 모델. 시뮬레이션 환경. OTA(Over-the-Air) 업데이트.

그 결과는 분명하다. 오늘날 가장 앞선 자율주행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수준으로 복잡한 도심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업계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이야기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차량만 준비되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는 진공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도로 위를 달리고, 교차로를 통과하며, 도시 안에서 사람·자전거·배달 로봇·일반 운전자와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주행하는 환경, 즉 도로와 신호체계, 교차로의 대부분은 여전히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자율주행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능이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산업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가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비트센싱의 AIR4D와 같은 최신 4D 이미징 레이더는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방식을 크게 발전시켰다.

기존 레이더가 거리(Range), 방위각(Azimuth), 속도(Velocity)를 제공했다면, 4D 이미징 레이더는 여기에 고도(Elevation) 정보까지 더해 보다 정교한 공간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최대 300m 거리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으며, 야간이나 악천후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카메라와 결합된 센서 융합 구조는 오늘날 자율주행이 요구하는 수준의 환경 인지 성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차량 탑재 센서라도 근본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센서는 자신이 볼 수 있는 것만 볼 수 있다.

복잡한 도심 교차로에 접근하는 자율주행차는 대형 트럭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보행자를 볼 수 없다. 교차로 반대편에서 신호를 위반한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없다. 몇 백 미터 앞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는 정보 역시 다음 코너를 돌기 전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센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물리 법칙 자체를 극복할 수는 없다. 이는 센서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해답은 차량 안에 더 많은 센서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자체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도로도 센서가 되어야 한다

만약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인지 능력이 교차로 인프라에 설치된다면 어떨까.

교차로에 설치된 센서는 모든 방향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특정 차량의 시야에 의존하지 않는다. 차량, 보행자, 자전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속도와 이동 경로, 잠재적인 충돌 위험까지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주변 차량과 교통 신호 시스템, 도시 관제센터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트센싱의 TIMOS(Traffic Insight Monitoring Sensor)는 이미 국내 여러 도시와 해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TIMOS는 최대 8개 차선에서 최대 256대 차량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엣지 AI를 활용해 역주행, 무단횡단, 교차로 정체와 같은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하지만 이벤트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전체 차원에서 이를 분석하고 대응해야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트센싱의 교통 데이터 플랫폼 TraXight다.

TraXight는 여러 개의 도로변 센서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교차로 처리량을 분석하고, 병목 구간을 식별하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교통 문제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TIMOS가 교차로의 눈이라면, TraXight는 도시의 두뇌에 가깝다. 개별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연결해 도시 운영자와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가 실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도시 규모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인텔리전스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제품이 아니다. 도로가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기 시작할 때 무엇이 가능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인프라가 센서가 되고, 센서 데이터가 도시 전체를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시스템으로 연결될 때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제한된 시야에 의존하지 않게 된다.

V2X: 도로가 차량과 대화할 때

스마트 인프라가 구축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로가 수집한 정보를 차량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V2X(Vehicle-to-Everything)다.

V2X는 차량이 도로 인프라, 다른 차량, 교통 관리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신 기술이다.

예를 들어 레이더 기반 스마트 교차로가 위험 상황을 감지한 뒤 해당 정보를 V2X를 통해 주변 차량에 전달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자율주행차는 위험 요소를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인프라로부터 정보를 받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차량과 인프라가 서로의 시야를 공유하는 협력형 인지(Cooperative Perception)는 레벨4·레벨5 자율주행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확장한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차량만의 능력이 아니다. 차량과 도로, 그리고 도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시스템의 능력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적 의미를 넘어 중요한 사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자율주행 상용화 일정은 차량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자율주행 프로젝트는 차량 자체보다 운영 환경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결국 차량뿐 아니라 차량이 주행할 환경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스마트 인프라에 투자하는 도시는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 사업자는 서비스 지역을 선정할 때 운영 리스크를 줄여주는 환경을 선호한다. 스마트 교차로와 도로변 센서, V2X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는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셋째, 인프라용 센서 시장 역시 자동차 센서 시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4D 이미징 레이더의 발전은 차량뿐 아니라 도로 인프라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소형화, 저전력화, 비용 절감, 신뢰성 향상은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자율주행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술은 오늘날 충분히 존재한다.

차량과 도시가 함께 만드는 자율주행

자율주행 산업은 이미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4D 이미징 레이더, 센서 융합, AI 기반 인지 기술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까지 발전했다.

비트센싱의 AIR4D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AIR4D는 자율주행차를 위해 설계된 4D 이미징 레이더로, 포인트 클라우드와 도플러 데이터는 물론 로우 데이터까지 제공해 개발자가 인지 알고리즘과 AI 모델을 더욱 자유롭게 개발·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차량과 도로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스마트 인프라가 없는 자율주행차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스마트폰과 같다. 단독으로도 기능할 수는 있지만, 연결된 환경 속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의 일부만 활용하는 셈이다.

진정한 자율주행은 차량만의 성취가 아니다. 차량과 도로, 그리고 도시가 함께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성취다.

그동안 산업은 차량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도로를 바라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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